연구원 보도자료
[절세가인] 효도계약서의 치명적 함정, 부모의 '통제권' 지켜주는 신탁이 뜬다
2026-07-27 08:49
[절세가인] 효도계약서의 치명적 함정, 부모의 '통제권' 지켜주는 신탁이 뜬다
조세전문가로서 오랜 시간 자산가들의 가업승계나 재산 이전 컨설팅을 진행하다 보면, 가장 우선시되는 가치는 단연 ‘절세’다. 우리나라의 증여세 과세 원리는 재산을 증여한 후 10년 이내에 새로운 증여를 하면 이를 합산하여 과세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상속세 역시 증여자가 사망하기 전 10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가액은 상속세 과세가액에 고스란히 합산된다.
이때 적용되는 세율은 과세표준 규모에 따라 최소 10%에서 최고 50%에 달하는 무거운 누진세율이다. 결국 이러한 합산과세를 극복하기 위해 10년 주기로 재산을 장기간에 걸쳐 분할 증여하는 것은 이제 전국민적인 ‘절세의 정석’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증여를 통해 세금은 줄였지만, 부모의 마음은 불안하다. 세무상 완벽한 절세플랜을 짜서 자녀에게 등기를 넘겨주고 나면, 부모의 마음이 마냥 편안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때부터 묘한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 큰 재산을 쥐고 나태해져서 학업이나 본업을 소홀히 하지는 않을까?’, ‘섣불리 사업을 벌이다가 재산을 날리거나 압류당하지는 않을까?’, ‘혹여나 이혼이라도 하게 되어 내 피땀 어린 재산이 사위나 며느리에게 유출되지는 않을까?’ 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들이다. 세금은 덜어냈지만, 재산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한 데서 오는 본질적인 두려움이다.
이러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등장한 것이 이른바 ‘효도계약서’다. 부모를 잘 부양하고 재산을 함부로 탕진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무적으로 효도계약은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만약 자녀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부모가 재산을 돌려받고자 한다면, 결국 피를 나눈 자녀를 상대로 씁쓸한 민사소송을 불사해야 한다. 백번 양보해 자녀가 자발적으로 재산을 반환한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세법상 증여일로부터 3개월이 경과한 후에 재산을 반환받으면, 이를 ‘새로운 증여’로 보아 돌려받는 부모에게 또다시 증여세가 과세되는 억울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처럼 세금을 좇다 마음의 병을 얻는 딜레마를 명쾌하게 타개할 수 있는 개선방안은 바로 ‘증여안심신탁’이다. 이는 단순히 재산 명의를 넘기는 것을 넘어, 신탁계약 체결을 조건으로 하는 ‘부담부 증여계약’과 ‘신탁계약’을 정교하게 결합한 승계 모델이다. 다시 말해, 증여자의 의도에 따라 재산의 처분이나 담보 제공을 철저히 통제할 수 있도록 법적 잠금장치를 채우는 제도이다.
우리 민법은 상대방에게 일정한 부담이 있는 증여의 경우 쌍무계약의 규정을 준용한다. 따라서 부모가 재산을 증여하면서 자녀에게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유지할 의무’와 ‘구체적인 효도 및 재산 유지 의무’를 부담부로 명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조항을 넣을 수 있다.
핵심은 신탁계약서의 특약에 있다. 신탁재산을 함부로 처분하거나,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수익권을 양도하려 할 때 ‘반드시 증여자인 부모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명시하는 것이다. 자녀가 돈이 급해 부동산을 처분하려 해도, 수탁자(신탁회사)는 부모의 동의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절대 거래에 협조하지 않는다. 자녀의 돌발 행동을 원천 차단하면서도, 절세를 위한 증여의 효과는 그대로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증여는 단순히 부를 이전하는 행위가 아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신뢰와 책임을 함께 물려주는과정이다. 세법상 절세 효과만을 앞세워 증여를 강행한다면, 일시적인 세금 절감은 달성할지 몰라도 그 뒤에 남겨진 가족 간의 불신과 재산 관리의 불안정성은 치유되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증여안심신탁은 수학적인 절세 수단을 넘어, 재산 이전에 ‘마음의 신탁’을 더 하는 고도화된 컨설팅의 영역이다. 증여자가 자신의 가치관을 전달하면서도 법적으로 완벽하게 재산을 방어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고령화와 세대 간 자산 이전이 가속화될수록, 단순한 증여를 넘어선 ‘안심할 수 있는 증여’, 즉 신뢰 기반의 증여 문화가 절실해질 것이다. 증여안심신탁은 부모의 뜻과 자녀의 책임이 완벽하게 조화되는, 현명한 자산가들이 주목해야 할 새로운 승계의 롤모델이라 할 수 있다.
[김완일 세무사 프로필]
김완일 세무사
△ 세무법인 가나 대표세무사
△ 주식평가연구원장
△ 한국재산신탁협회 부회장
△ 서울지방세무사회장 역임
△ 국회입법조사처 국민공감입법혁신위원 역임
△ 기재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역임
△ 행안부 지방세발전위원회 위원 역임
△ 국세청 재산평가심의위원회 위원 역임
△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역임
△ 한국세무학회·한국세법학회 부회장 역임
출처 : 세정일보(https://www.sejun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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