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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성실신고확인제도 15년···안착의 이면과 개선과제
2026-07-10 11:21
작성자 : 관리자
조회 :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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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성실신고확인제도 15년···안착의 이면과 개선과제

 

결손금 발생 사업자에 대한 수수료 문제, 제도의 사각지대 해소해야

김완일 세무법인 가나 대표세무사
김완일 세무법인 가나 대표세무사

매년 6월은 개인 종합소득세 신고대상자 중 ‘성실신고확인대상자’를 위한 신고의 달이다. 2011년 세법 개정을 통해 도입되어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성실신고확인제도는 어느덧 시행 15년 차를 맞이했다. 도입 초기만 해도 숱한 우려와 진통이 있었으나, 현재는 세무사들의 주요한 업무 영역이자 국가의 조세 투명성을 높이는 핵심 제도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하지만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긍정적인 평가 이면에는, 제도 설계 이후 후속 입법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불완전성으로 인해 조세 행정에 협력한 세무사들이 정당한 노력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 제도의 첫 씨앗은 2009년 한국세무사회에서 뿌려졌다. 당시 세무사회는 세무사들의 수익 모델을 다양화하기 위해 일본의 청색신고제도를 벤치마킹한 ‘성실신고검증제도’의 도입을 시도했다. 세무사들이 법인을 대상으로 신고 내용을 검증하겠다는 취지였으나, “정부의 고유 권한인 검증 업무를 민간 세무사가 대신하는 것은 정부조직법상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반려되었다.

그러나 이 논의는 뜻밖의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당시 청와대 정책실과 기획재정부는 고소득 전문직의 탈세 문제를 해결하고 과표를 양성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를 차용하고자 했다. 2010년,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의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기장을 담당하지 않는 다른 세무사가 검증을 맡는 이른바 ‘교차세무조정’ 방안을 추진했다. 더 나아가 탈세를 방치한 세무사도 함께 처벌하는 고강도 세무검증제를 입법 예고했다.

당시 세무사업계의 반발은 들불처럼 번졌다. 기장 대리와 세금 신고 업무를 성실히 수행해왔음에도, 납세자의 일탈에 대한 무한 책임을 세무사에게 전가하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자칫 납세자의 기망이나 세무사의 작은 실수만으로도 본인의 자격이 박탈될 수 있는 심각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변호사협회와 의사협회 역시 세무사들에게 새로운 먹거리를 제공하려는 정책이라며 기획재정부를 맹비난하며 갈등은 극에 달했다.

당시 세무사회 연구이사로서 기획재정부와의 논의에 직접 참여했던 필자는, 이 제도가 단순한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제도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납세자를 설득할 ‘명분’과 세무사를 위한 ‘보호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명칭을 ‘세무감사’로 제안하였으나 회계사회의 반대로 ‘성실신고확인제’로 정착되었다.

가장 중대한 사안은 국가를 대신해 검증 업무를 수행하는 세무사를 보호하는 것이었다. 납세자가 작심하고 허위 자료를 제출할 경우, 외부인인 세무사가 이를 완벽히 적발해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억울하게 징계받는 상황을 막기 위해 ‘체크리스트 방식’을 건의하였다. 매출액, 매출채권, 재고자산 등의 잔액과 거래 내용을 사업자가 직접 확인하고 서명하게 함으로써, 해당 범위 내에서는 세무사가 면책될 수 있는 합리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또한,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납세자들이 느끼는 비용지불의 심리적 저항감을 줄이는 데 주력했다. 5월의 종합소득세 신고업무와 6월의 성실신고확인을 분리한 것이다. 두 업무를 동시에 진행하면 납세자는 수수료가 이중 청구된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성실신고확인 기한을 6월 말로 연장함으로써, 납세자가 두 업무를 별개의 가치 있는 서비스로 인식하게 하고 수수료 청구에 대한 명분을 확보했다.

수수료 부담 주체에 대한 협상 역시 중요한 성과였다. 원칙적으로 국가의 징세 행정을 대행하는 것이므로 정부가 수수료를 지원하는 것이 마땅했다. 하지만 정부의 현실적인 예산 한계를 고려하여, 납세자가 먼저 수수료를 부담하되 세액공제를 통해 이를 보상받는 방식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이는 조세 투명성 확보라는 정부의 목적과 제도의 실효성을 모두 충족시킨 탁월한 전략적 협상의 결과물이었다.

초창기의 우려와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성실신고확인제도는 납세자의 성실 납세를 유도하는 국가적 핵심 제도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후속 입법 과정에서 간과했던 치명적인 문제점이 드러났다. 바로 ‘결손금이 발생한 사업자’에 대한 세액공제 한계와 수수료 미지급 문제다.

현재 세법은 성실신고 확인에 직접 사용한 비용의 60%를 해당 과세연도의 소득세에서 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한도 120만 원). 문제는 결손금이 발생하여 당해 연도 산출세액이 ‘0원’인 경우다. 낼 세금이 없으니 당연히 세액공제도 받을 수 없다. 법적으로 이월공제가 가능하다고는 하나, 과세당국은 이월된 미공제세액이 있는 경우에도 ‘해당 과세연도에 성실신고 확인에 직접 사용한 비용의 60%’ 한도 내에서만 공제가 가능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불완전한 공제 방식은 현장에서 깊은 갈등을 유발한다. 사업 부진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납세자는 당장 세액공제 혜택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적지 않은 성실신고확인 수수료 지불을 꺼린다. 심지어 수수료 지급 자체를 거부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결국 국가의 엄격한 세원 관리를 위해 법적으로 강제된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도, 정작 그 업무를 대행한 세무사는 정당한 보수를 받지 못하는 기막힌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이는 “일한 만큼 대우받는다”는 시장 경제의 기본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조세 행정의 최일선 파트너인 세무사에게 국가가 부당한 희생과 무료 봉사를 강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성실신고확인제도는 국가를 대신해 민간 전문가인 세무사가 조세 탈루를 걸러내는 ‘준(準) 세무조사’의 기능을 수행하는 훌륭한 공익적 제도다. 이 제도가 앞으로도 그 품질을 유지하며 지속 가능하려면, 의무를 다한 세무사에게 정당한 대가가 보장되는 합리적 구조가 완벽히 갖춰져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결손금 발생 등 산출세액이 없는 납세자에 대한 제도적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성실신고확인비용에 대한 세액공제를 ‘환급형 세액공제’로 전환하여 결손 법인이나 개인사업자도 수수료 부담을 실질적으로 경감받을 수 있도록 돕거나, 이월공제의 제약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 근본적인 최선의 방안은 납세자의 납부세액 유무와 관계없이, 국가의 행정 편의를 대행한 비용의 일정 부분을 국가가 직접 ‘바우처’ 등의 형태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어떤 훌륭한 제도라도 현실의 사각지대를 방치한다면 그 선의와 취지는 퇴색하기 마련이다. 성실신고확인제도가 도입된 지 15년이 된 지금, 과거의 성공적인 안착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 세무사가 과세관청과 납세자 사이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되지 않고, 이 제도가 국가와 납세자, 세무사 모두에게 인정받는 건강한 제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결손 사업자 규정을 하루빨리 정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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