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많은 중소기업에서 대표이사(CEO)나 임원의 퇴직금 재원을 마련하고, 가업승계를 위한 절세 목적으로 일명 'CEO 플랜'이라 불리는 저축성 보험상품을 많이 활용했다. 당시 CEO 플랜은 회사가 계약자이자 수익자가 되고 CEO를 피보험자로 하여 납입한 보험료를 자산으로 처리했다가, 훗날 CEO 퇴직 시 해약환급금 등을 활용해 고액의 퇴직금을 지급하는 구조였다.

임원 퇴직금은 근로소득에 비해 세금 부담이 적은 데다, 거액의 퇴직금 지급으로 회사의 이익과 순자산가치가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점을 이용해 주식 평가액을 낮춰 자녀에게 증여하는 가업승계 전략으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고액 퇴직금을 통한 과도한 조세 회피 사례가 늘자, 과세당국은 임원 퇴직소득 한도를 엄격히 제한하고 퇴직금 중간정산제도마저 폐지했다. 여기에 저축성 보험의 비과세 요건까지 대폭 강화되면서, 과거 유행했던 저축성 보험 기반의 CEO 플랜은 사실상 그 장점을 대부분 상실하게 되었다.

저축성 CEO 플랜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최근에는 납입하는 보험료 전액을 비용(손금)으로 처리할 수 있는 순수보장성 보험인 '경영인정기보험'이 절세 컨설팅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초기에는 이 상품 역시 보험기간 중 해약환급금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납입보험료 전액을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무적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납입보험료 중 만기환급금에 상당하는 부분은 자산으로 계상해야 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법원이 해약환급금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며 상황은 반전되었다. 대법원은 정기보험의 경우 일정한 시점까지는 해약환급금이 적립되더라도 이후 점차 감소하여 만기에는 환급금이 '0원'이 되므로, 결국 납입보험료 전액이 '비용'의 성질을 갖는다고 판결했다. 이는 법인이 납입한 정기보험료 전액을 당해 연도에 즉시 비용(손금) 처리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이에 따라 현금 흐름은 양호하지만 매년 높은 법인세 부담을 안고 있는 법인이라면, 만기환급금이 없는 경영인정기보험을 통해 매년 납입하는 보험료를 전액 비용 처리하여 획기적인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불의의 사고 발생 시 거액의 사망보험금을 수령해 회사의 유동성 위기를 넘기거나 상속세 납부 재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퇴직 시점에는 쌓여있는 높은 해약환급금을 재원으로 삼아 합법적인 퇴직금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그렇지만 경영인정기보험은 본질적으로 보장성 보험이므로 저축 목적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과거 저축성 보험의 실패 사례를 교훈 삼아, 회사의 재무 상황에 맞는 적절한 보험 설계와 함께 정관 및 퇴직금 규정을 세법에 맞게 꼼꼼히 정비하는 조세 전문가의 조력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김완일 세무사 프로필]

김완일 세무사
김완일 세무사

△ 세무법인 가나 대표세무사
△ 주식평가연구원장
△ 한국재산신탁협회 부회장
△ 서울지방세무사회장 역임
△ 국회입법조사처 국민공감입법혁신위원 역임
△ 기재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역임
△ 행안부 지방세발전위원회 위원 역임
△ 국세청 재산평가심의위원회 위원 역임
△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역임
△ 한국세무학회·한국세법학회 부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