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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꼬마빌딩 감정평가 논쟁, ‘시가평가 체계’를 다시 묻다
2026-01-19 15:25
작성자 : 관리자
조회 :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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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꼬마빌딩 감정평가 논쟁, ‘시가평가 체계’를 다시 묻다

상속·증여재산 평가 과정에서 이른바 ‘꼬마빌딩 감정평가’는 그동안 조세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장 논쟁적인 주제 중 하나였다. 사례가액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 기준시가로 신고한 재산에 대하여, 과세관청이 사후적으로 감정평가를 실시하고 그 감정가액을 근거로 세액을 추징하는 구조는 납세자뿐 아니라 이를 대리하는 세무사에게도 상당한 부담과 불확실성을 안겨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서울행정법원이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단서 규정 중 ‘평가기간 경과 후부터 법정결정기한까지 감정이 있는 경우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시가로 인정할 수 있다’는 부분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것은 조세전문가들 사이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 판결은 단순히 개별 사건의 승패를 넘어, 국세청 감정평가사업의 법적 근거와 운영 방식 전반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국세청은 2019년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개정을 계기로 감정평가사업을 본격화하였다. 그러나 개정 시행령은 평가기간 이후의 사례가액을 시가로 인정할 수 있는 범위를 확장했을 뿐, 과세관청이 직권으로 감정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과세표준으로 삼을 수 있는 명확한 법률상 근거를 두고 있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내부 기준과 훈령을 통해 감정평가 대상이 확대되면서, 납세자의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훼손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학계 역시 이러한 감정평가 중심의 과세 구조가 조세법률주의 원칙을 벗어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특히 감정평가의 대상 선정 기준, 평가 시점, 평가 방법 등에 대해 납세자가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가 이루어지는 것은 바람직한 과세권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축적되어 왔다. 다만 법원은 정부부과과세라는 점을 근거로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의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해 온 기존 판례를 인용하며, 과세관청의 손을 들어준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아직 1심에 불과하고, 상급심에서 동일한 결론이 유지될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더욱이 국세청 감정평가사업은 이미 관행으로 자리 잡은 상태이므로, 설령 국가 패소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제도가 즉각 폐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히려 입법적 보완을 통해 감정평가제도를 법률에 명시적으로 규정하려는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위헌 여부’에만 논쟁을 국한시키기보다, 감정평가제도가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일이다. 감정가액은 원래 사례가액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 납세자가 선택할 수 있는 보충적 평가수단으로 도입되었고, 세법상 평가방법으로 신고하는 것이 현저히 불합리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활용되는 장치였다. 그럼에도 국세청 감정평가사업이 확대되면서 감정가액의 적용은 보충적 수단을 넘어 사실상 일반적인 평가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어 이런 사례는 주요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로 인해 납세자는 감정평가 수수료라는 추가적인 납세협력비용을 구조적으로 부담하게 되었고, 과세관청 역시 감정평가사업 운영을 위한 행정비용을 지속적으로 투입하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이는 제도 도입 당시의 취지와 비교할 때 재검토가 필요한 지점이라 할 수 있다.

현행 감정평가제도에서 부동산 평가는 주로 거래사례비교법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 방법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건물가액 산정 방식과 유사하게, 유사 거래사례를 비교·조정하여 대상물건의 가액을 산정하는 구조이다. 국세청은 이미 방대한 과세자료와 거래정보, 이를 분석할 수 있는 행정적·기술적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감정평가를 원칙으로 삼지 않더라도 합리적인 시가 산정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논의를 종합하면, 향후 상속·증여재산의 시가평가 체계는 감정평가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보다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납세자가 국세청이 보유한 거래자료를 토대로 비준가액을 산정·제시할 수 있게 하고, 이를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시가로 인정하는 체계의 검토가 필요하다. 평가심의위원회는 이미 비상장주식에 대한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하는 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다. 부동산의 평가도 거래사례를 비교하여 산정한 가액을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시가를 인정하면 감정평가는 원칙이 아닌 보충적 수단으로 기능하게 되며, 과세의 객관성과 형평성 역시 유지될 수 있다.

이와 같은 평가체계가 정착된다면, 납세자는 불가피하게 부담해 온 감정평가 수수료 등 납세협력비용을 줄일 수 있고, 과세관청 역시 감정평가사업 운영에 수반되는 행정비용과 분쟁 비용을 함께 경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평가 기준과 절차의 투명성이 제고됨으로써, 과세관청과 납세자 간의 불필요한 다툼을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번 판결은 감정평가제도의 존부를 단정하는 결론이라기보다는, 그 운영 방식과 역할을 재점검하라는 문제 제기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제 논의의 초점은 ‘위헌 여부’를 넘어, 과세형평과 예측가능성을 조화롭게 달성할 수 있는 시가평가 체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로 옮겨가야 한다. 그 출발점으로서 감정평가제도의 기능을 재정립하고, 평가심의위원회가 사후 추인 기구가 아니라 평가 기준과 절차를 통제하는 장치로 기능하도록 재설계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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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세정일보(https://www.sejun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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