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보도자료
[절세가인] 혼란 가중되는 상속·증여재산 평가…납세자 예측 가능성부터 보장해야
2026-09-22 11:08
[절세가인] 혼란 가중되는 상속·증여재산 평가…납세자 예측 가능성부터 보장해야
상속·증여재산을 평가할 때 과거에는 시가보다 낮게 책정되는 기준시가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유사 재산의 사례가액이나 감정가액을 적용하여 사실상 시가 수준으로 과세하는 추세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명목상 유사 재산의 사례가액이라 하더라도 실제 거래된 시장 상황이나 개별 사정에 따라 평가액에 큰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 시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납세자와 과세관청 간의 마찰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2019년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하여 상속·증여재산을 평가할 때 법정 결정기한까지 발생한 사례가액도 시가로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분쟁이 더욱 격화되었다. 과세당국은 이러한 개정을 명분 삼아 2020년부터 유사 사례가액을 찾기 어려운 꼬마빌딩 등에 대해 직접 소급 감정평가를 실시하여 막대한 세금을 추징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납세자들은 어떤 평가방법을 적용해야 할지 극심한 불안에 떨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법원마저 과세관청의 손을 들어주면서 납세자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법원은 상속세와 증여세가 부과과세방식을 채택하고 있음을 근거로 들어, 납세자의 과세표준 신고는 단순한 협력 의무에 불과하며 과세관청이 세액을 결정할 때 이루어진 소급 감정평가액을 시가로 적용하는 것이 적법하다는 판례를 내놓았다. 이는 조세법률주의의 핵심 가치인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조세 전문가인 세무사조차 납세자에게 얼마의 세금을 내야 성실납세인지 명확히 안내하기 어려운 암담한 실정이다.
실무에서 적용되는 '유사사례가액'은 단순히 매매가액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가액, 공매, 경매, 수용가액 등을 모두 아우르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이 제도는 본래 공평 과세를 위해 2004년에 도입되었으나 납세자가 타인의 거래가액을 알기 어렵다는 불만이 제기되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11년에는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을 보호하고자 유사사례가액을 적용하여 신고한 경우에는 과세표준 신고일까지만 발생한 사례가액을 시가로 인정하도록 개정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2017년부터 시행규칙에 규정된 유사성 판단 기준은 공동주택의 경우 동일 단지 내에 존재하고 주거전용면적과 공동주택가격 차이가 각각 5% 이내여야 한다는 등 매우 엄격하고 복잡한 요건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세법(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49조)은 부동산 시장 상황이나 과세 목적에 따라 수시로 땜질식 개정을 거듭하다 보니, 조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마치 준용에 준용을 거듭하는 난수표를 해독하는 것과 같다는 자조 섞인 평가가 나온다. 상속·증여재산 평가와 관련해 2003년 이후 거의 매년 이루어진 개정의 역사와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이제는 정확한 법령 해석조차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납세자가 상속·증여 신고 시점에 유사사례가액을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에 가깝다. 부동산 매매의 경우 거래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만 관할관청에 신고하면 되므로 적시에 타인의 거래 정보를 알기 어렵고, 국세청 홈택스에서 상속증여재산을 평가해 보아도 신고일 이후에야 뒤늦게 사례가액이 등장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럼에도 실무 현장의 과세당국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액 조회를 강요하고 있어, 세무 대리인이 아는 감정평가법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가액을 검색해야 하는 기형적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납세자와의 억울한 분쟁을 근본적으로 방지하려면, 납세자가 관할 세무서에 사례가액을 조회하고 세무서가 공식적으로 답변해 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나아가 최근 홈택스 조회 화면에 '출력 일시'가 표시되는 점을 활용하여, 납세자가 신고할 당시 홈택스에서 사례가액이 확인되지 않았다면 신고일 이후에 뒤늦게 발생한 사례가액을 소급 적용해 무리하게 과세하지 않도록 제도를 명확히 개선해야 한다.
한편, 유사사례가액과 감정가액의 적용을 무조건 피해야 할 징벌적 리스크로만 볼 것은 아니다. 상속 및 증여재산의 평가액은 추후 해당 자산을 양도할 때 취득가액으로 인정받게 되므로,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상속세 및 증여세 과세 표준 구간에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평가액을 높여두는 것이 미래의 양도소득세를 절감하는 훌륭한 컨설팅 전략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절세 컨설팅은 지뢰밭 같은 복잡한 세법 지형에서 고객을 안전하게 이끌며 동시에 자격사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는 고도의 정밀한 작업이다. 당장 달콤해 보이는 단편적인 절세 수주에 얽매이면 언젠가 퇴로 없는 절벽에 서게 될 위험이 크므로, 항상 객관적으로 검증되고 비평받는 전문적인 시스템을 갖추어야만 납세자의 신뢰를 얻고 편안한 마음의 안정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김완일 세무사 프로필]
김완일 세무사(전 서울세무사회장)
△ 세무법인 가나 대표세무사
△ 주식평가연구원장
△ 한국재산신탁협회 부회장
△ 서울지방세무사회장 역임
△ 국회입법조사처 국민공감입법혁신위원 역임
△ 기재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역임
△ 행안부 지방세발전위원회 위원 역임
△ 국세청 재산평가심의위원회 위원 역임
△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역임
△ 한국세무학회·한국세법학회 부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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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세정일보(https://www.sejungilbo.com)


